국제상황

미국 낙태권 폐지분쟁과 이념갈등 그리고 후폭풍, 정치인의 이면 이득은?

국제전문가 2022. 7. 2. 15:39
미국 낙태권 폐지 반대시위

얼마전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보수계파 대법원 판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미국 연방중심의 낙태권이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는 낙태를 할 수 있는 유무는 각 주에 달려있습니다. 과거 미국 대법원이 1973년 연방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법안인 일명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약 50년만에 폐지되었습니다.

과거 대법원이 1973년 1월에 7대 2로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14조상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밝히면서, 낙태권이 연방차원에서 인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에 의해서 각 주의 낙태 금지 입법이 사실상 금지되거나 사문화 됐습니다.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결이 주법에 최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플랜페어런트후트 대 케이시" 사건 때, 재확인하여 낙태권이 연방차원에서 인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출신 인사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해서 심리에 들어간 결과, 판결이 뒤바뀌었습니다.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반대인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을 두고, 6:3으로 낙태금지법 유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플랜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판결까지 5:4로 폐지했습니다. 이로써 연방차원에서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게 되었고, 각주로 낙태금지 유무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50개 주에서는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서는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풍조가 강하기 때문에 절반이 넘는 주가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좌). 조 바이든(우)


이 때문에 낙태권 폐지에 대해서 미국이 갈등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위가 점점 격화됨에 따라서 경찰들이 무장한 사태로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15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부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전임자가 임명한 보수 출신 대법관들이 우세하기 때문에 미국이 후퇴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전임자는 미국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왜 도널드 트럼트 탓이라고 할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4개월 정도 남았을 때, 당시 진보 출신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건강이 안 좋아서 퇴임후 결국 돌아가셨는데, 이 때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출신 후임을 밀어붙이면서 보수 출신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임명되었습니다. 당시 야당이였던 민주당은 임기가 4개월 밖에 안 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여당인 공화당은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서 임명을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보수:진보 비율이 5:4에서 6:3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지요. 그나마 케스팅 보트 역할을 한 보수 출신 대법관인 '존 로버츠'의 노력도 사실상 힘들어졌습니다. 5:4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에 반대한 사람은 보수출신 로버츠와 진보출신 판사 3명을 포함한 4명입니다. 로버츠는 미시시피주에서 일어난 낙태금지법안은 찬성했지만, 연방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판결을 뒤집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임명한 보수계파 출신 대법관들이 절대 우위를 차지한 대법원 상황이 결국 이를 뒤집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 판사들은 6년 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에 임명된 사람들은 2023년에 임기가 만료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대법원 판사들의 임기가 없습니다. 즉, 종신제이며, 그냥 죽거나 자신이 스스로 물러나는게 아닌 이상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은 이번 기회에 대법관들의 임기를 정해야 한다는 일명 사법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처음에 사법개혁을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것은 미국의 삼권분립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낙태권이 사실상 연방차원에서 금지되면서, 사실상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던, 보수출신이 절대 우위인 연방대법원을 통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입니다. 현재 임명된 보수출신 대법관들을 마음대로 바꾸지는 못하지만, 대법관 임기를 정함으로써 어느정도 대법원이 만용을 부리는 것에 대해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낙태권 폐지에 반대하는 분들은 주로 진보진영인데, 이들이 결집하면서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다시 장악할 수 있는 것과 바이든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반사이익 효과도 있습니다.